한약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대만의 연구

한약을 복용하는 비만 환자는 심혈관질환 발병위험이 높다는 대만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https://journals.lww.com/jcma/abstract/9900/increased_risk_of_major_adverse_cardiovascular.444.aspx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의사와 별도로 한의사제도가 있어서 대부분 한의학에 우호적인 논문만 나오는데 이례적인 일이다.
주저자가 한의사라 그런지 “일부 한약은 심혈관적 이점을 제공하지만 한약을 처방받은 젊은 및 중년 비만 성인은 한약을 처방받지 않는 사람보다 주요심혈관사건(MACE) 위험이 더 높다. 따라서 한의사(TCM practitioners)는 비만이 있는 젊은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 때 잠재적인 심혈관적 위험을 고려하여 주의해야 한다.”라며 최대한 한의사들 밥벌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결론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2008년에서 2018년 사이에 비만 진단을 받은 18세에서 50세 환자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한약을 복용 여부 외에는 유사한 성질을 가진 67,655명을 그룹별로 선정해 비교분석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기초데이터에서 드러났다. 67,655명씩 선정하기 전에는 한약 그룹이 241,590명, 비한약그룹이 79,896명의 데이터가 있었다. 이 중 수면장애를 가진 환자가 한약 그룹이 31.47%로 비한약 그룹 19.6%보다 월등히 높았다. 수면장애는 마황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다.
선정된 표본을 분석한 결과 한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주요 심혈관 사건(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위험이 13% 높았다. 특히 허혈성 뇌졸중이 19%, 부정맥이 26% 높았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남성은 10% 증가했는데, 여성은 17%로 더 크게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8세에서 29세 그룹이 22%로 가장 높았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복용 기간이 28일에서 90일 사이에 가장 큰 폭의 차이가 나타났다. 기간이 더 늘어나면 차이가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저자들은 몸이 적응을 했거나 한약이 예방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단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장기적으로는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한무당스럽다. 한약 부작용에 민감한 체질의 환자들은 초기에 이상을 느끼고 복용을 중단해서 잘 견디는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일 수 있겠다.
저자들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가 한약과 현대의약품의 간섭, 한약재 마황, 환자의 민감성(susceptibility)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마황의 심혈관 부작용 위험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비만 치료에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런데 대만에서는 비만에 대한 마황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저자들은 일부 (대만)한의사들이 환자에게 추가로 비용을 받고 마황을 처방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데이터에는 반영되지 않아서 사용량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가 무작위배정 대조군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인과관계나 얼마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정확히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대만의 비만 환자들 중 일부가 마황을 복용하고 있다면 마황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다.
비만치료제로 사용되던 시부트라민(sibutramine)은 심혈관질환 부작용 위험 때문에 퇴출됐다. 2010년 발표된 10,744명에 대해 평균 3.4년간 투약한 임상시험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위약 대조군에 비해 16% 증가한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다.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003114
대만의 한약도 마황을 포함한 처방만 놓고 임상시험을 하면 시부트라민보다 더 해롭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시부트라민처럼 퇴출시켜야 옳지 않을까?
우리나라 한의사들은 부작용에 대한 집계가 없다는 점과 환자는 자기가 뭘 먹는지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해로운 마황을 마음껏 퍼먹이고 있다. 다이어트 한약 때문에 뇌졸중이 생긴 환자가 얼마나 많을까? 운좋게 살아남은 환자들은 뇌졸중 후유증 치료한다고 한의원에 다니고 있을까?
강석하 kang@i-sb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