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내 약에 들어있는 이건 뭐지?

※ 이 글은 캐나다의 약사인 Scott Gavura가 지난 5월 9일 과학중심의학(SBM) 블로그에 기고한 글을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 그의 동의를 얻어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제목은 “Binders, fillers and more? What’s all that other stuff in my medicine?”입니다.
원문 링크:
https://sciencebasedmedicine.org/binders-fillers-and-more-whats-all-that-other-stuff-in-my-medicine/
건강보충제 제조업체 중에는 '우리는 표시된 성분 외에는 넣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보충제를 구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혜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의약품이 아닌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아마도 마케팅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됨) 이 기준에서 보면 의약품은 문제가 있다. 의약품에는 다양한 접착제(binder), 코팅제 및 충전제(filler)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품 외 성분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품질을 일관성 있고 재현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성분이 없다면 불안정한 약품을 복용해야 하고 약품의 체내 흡수 여부도 불분명해진다. 활성 성분이 실제로 체내에 전달되는지도 알 수 없다. 수많은 건강보조식품 및 한방약(herbal medicine)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첨가물이란 무엇인가
표준 의약품은 효능을 측정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섭취한 약품이 위장에서 녹아 실제로 혈류로 흡수되는지도 확인한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원하는 작용 부위에 도달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 이를 위해 약품을 경구로 섭취하거나, 피부에 문지르거나 주사하는 등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흡수를 위해 다양한 수단과 프로세스가 동원된다. 첨가물(excipient)은 약효를 지닌 활성제약성분(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이라고 할 수 있다. 부형제는 API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흡수를 도우며, 그 제조 과정을 단순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각 배치(batch)와 약병(bottle)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부형제는 소비자의 수용성과 사용성을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약사인 나는 처음에는 건강보충제 제조업체가 부형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이유를 몰랐다가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건강보충제는 일관성, 흡수율 및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검증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즉, 건강보충제의 경우는 제품이 체내에서 일관되게 흡수되는지를 확인할 테스트가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한방약은 활성 성분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활성 성분이 실제로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API도 거의 없고 어떤 물질을 일관적으로 유지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제품을 일관적으로 제조하기는 힘든 일이다.
첨가물의 종류가 수백 가지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한 소비자에 따라서는 특정 유형의 첨가물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다. 다음은 독자들을 위해 약품의 포장지에 표시된 일부 비활성 성분을 정리한 것이며,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이유도 설명했다.
충전제/희석제/벌크재료
1회 투여량(dosage)을 적당한 크기로 만들기 위해 벌크재료(bulk material)을 추가해서 완제품을 특정 크기로 만든다.(충전제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의 100마이크로그램 약품의 크기를 상상해 보라. 작아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벌크재료는 약품의 가공 및 제조를 용이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재료의 흐름이나 제품의 최종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블릿과 캡슐약의 충전제(filler)에는 일반적으로 전분, 칼슘염, 유당과 같은 당류가 포함된다. 물약의 경우는 글리세린이나 물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활성 성분을 용해하고 용량 측정을 수월하게 한다. 예전에는 알코올을 희석제(diluent)로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크림이나 로션 형태의 바르는 약품에는 미네랄 오일, 바셀린, 라놀린이나 왁스 등의 충전제를 쓴다.
처방약과 비처방약에서 유당(lactose)을 충전제나 감미료(sweetner)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극소량만 함유되었기 때문에 유당불내증 환자의 경우에도 거의 위험하지 않다.
코팅과 붕괴제
약품을 섭취한 후에는 일관적인 방식으로 용해시켜야 한다. 녹지 않는 제품은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다. 붕괴제(disintegrant)는 적절한 시간 내에 태블릿이나 캡슐을 분해시킨다. 경구로 섭취하는 대부분의 API는 위산을 만나도 안정적이며, 섭취 후 몇 분 이내에 분해된다. 일부는 목으로 넘어가면서 바로 흡수될 수 있으므로,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e)과 같은 약품은 침과 접촉하는 즉시 용해되도록 붕괴제를 사용한다. 자주 사용하는 붕괴제로는 알긴산(alginic acid), 미결정 셀룰로오스(microcrystalline cellulose)와 다양한 형태의 전분이 있다.
코팅은 빛, 산소, 습기로부터 약품을 보호한다. 코팅에는 글루텐, 도료인 셸락(shellac), 젤라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일부 약품은 위산에 의해 파괴되므로 코팅과 붕괴제를 같이 사용하면 산도가 낮은 소장까지 전달된 후 천천히 용해된다. 아세트산셀룰로스프탈레이트(cellulose acetate phthalate)와 같은 내산성(장용성: enteric) 코팅은 바로 이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부 약품의 경우 삼키기 전에 부수거나 씹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위산이 활성 성분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활제
윤활제는 약품에 포함되어 있으며, 약품의 제조를 돕는 역할을 한다. 윤활제는 정전기를 줄이고 분말 형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약품의 API 함량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윤활제는 최종 제형의 용해에 영향을 미쳐 흡수율과 흡수 범위에 영향을 준다. 윤활제에는 칼슘 및 마그네슘스테아레이트(magnesium stearate),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스테아르산(stearic acid), 활석(talc) 등이 들어간다.
감미료 및 향료
감미료와 향료는 최종 제품의 맛을 좋게 만든다. 아이에게 맛없는 약을 먹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다면 기호성(palatability)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기호성이 좋은 약은 복용이 쉬우며, 이건 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있어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다. 태블릿과 같은 고형 경구용 제품의 경우 감미료와 향료로 태블릿을 코팅할 수도 있다. 시럽이나 현탁액과 같은 물약의 감미료에는 설탕, 인공 감미료, 옥수수 시럽과 등이 포함된다. 천연 감미료는 충치의 위험이 있는데다가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진다. 향료는 천연에서 추출할 수도 있고 합성할 수도 있다. 천연 감미료나 향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원산지가 아니라 물리적 특성이다.
착색제
착색제는 제품 식별이 수월하게 하고, 특히 어린이용 약품에서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와 성인은 의약품에 함유된 소량의 염료와 색소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지만, 타르트라진(tartrazine) 등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보존제
보존제(preservatives)는 약품의 활성 성분을 안정화하거나 제품의 멸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모든 주사제 및 물약에서 꼭 필요하다. 백신 보존제인 티메로살(thimerosal)이 있고, 콘택트렌즈 제품에 흔히 사용하는 벤잘코늄클로라이드(benzalkonium chloride)도 있다.
첨가물 알레르기
의약 및 비의약 성분 모두 이상 반응과 알레르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의약품에 포함된 미량의 성분으로 인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관리하려면 모든 첨가물과 그 출처를 면밀히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원인 물질을 분리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첨가물로 인한 심각한 알레르기 및 과민반응을 다루기 위해서는 많은 조사가 필요하고, 때로는 약사의 전문적인 조제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약품의 유통기한
유통기한의 기준은 약품의 최종 품질 기준(강도, 품질, 순도 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시점이다. 약품에 표시된 효능이 부족하거나(대부분의 경우) 심지어 독성이 있는 화합물로 분해될 정도로 제품 변질이 진행된 시점을 의미한다. 화학물질은 산화(공기나 습기에 노출되어서 진행), 물리적 변화(현탁액의 분리 등), 광화학 반응(빛에 노출되는 경우 등) 등이 있고, 약의 포장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열화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제조한 약품을 최종 포장 단계에서 정량 분석하여 제품이 얼마나 빨리 변질되는지 파악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유통기한을 설정한다.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약품의 최종 배합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완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포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결론: 충전제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떨쳐라
첨가물은 약물을 일관적으로 흡수하고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의약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상시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