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침의 효과는 붙이는 가짜약 패치만도 못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전침(전기침) 치료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PDPN, painful 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의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여러 언론이 지난 9월6일보도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79&aid=0003142393 )
이 연구는 4곳의 한방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으로 126명을 대상으로 그 중 절반에게는 전기침 치료를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은 뒤에 주관적으로 통증 점수를 매기게 해서 점수 변화를 평가했다.
논문은 2페이지짜리라 구체적인 수치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보도자료에서는 7주간의 치료가 종료되었을 때 통증 점수가 전기침 그룹은 20.56%, 아무 치료도 받지 않은 대조군은 8.73% 감소했다고 한다.
(http://care.diabetesjournals.org/content/early/2018/07/19/dc18-1254.long )
통증은 위약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가짜침이나 가짜전기침 치료도 적지 않은 통증 완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어 있다.
이번 연구는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설계다. 대조군을 가짜전기침으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침이 아무런 효과가 없더라도 플라시보 효과 때문에 통증이 더 많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도 논문에서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엉터리 설계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 전기침이 진정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침을 놓는 시늉’ 이 강력한 플라시보 효과를 발휘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
실험 설계를 제대로 해서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침으로 먹고 사는 한의사들이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 된다. 국가 연구비로 자기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기 보다는 의미 없는 연구를 하는 편이 그들에겐 현명할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과 환자들에게는 손해가 되더라도 말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측은 이 연구가 IF 13 가량의 준수한 학술지인 Diabetes Care에 실렸다고 강조했다. 4개의 기관에서 진행한 큰 연구이기는 하지만 설계가 너무 엉터리인데 왜 이 논문을 미국당뇨학회에서 실어줬는지 의문이다. 다만 매월 발간되는 Diabetes Care의 지면에 실어주지는 않고 온라인으로만 제공되는 2페이지짜리 형식으로 실렸다는 점은 연구의 결함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의 결과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자. 이 연구와 유사하게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 통증 점수를 평가한 임상시험을 찾아보니 캡사이신 패치와 가짜 패치를 붙여서 연구한 논문이 있었다. 캡사이신 패치를 사용한 그룹(186명)은 통증 점수가 27.4% 감소했고, 가짜 패치를 붙인 그룹(183명)은 20.9%가 감소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27746370 )
캡사이신 패치 제품들
가짜 패치를 붙인 다른 연구의 대조군에서 통증 점수가 20.9%가 감소, 이번 연구에서 전기침을 맞은 그룹은 20.56% 감소했다는 결과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일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적어도 전기침의 효과는 완전히 플라시보 효과 때문일 수 있다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전기침이 가진 효능이 플라시보 효과가 전부라면 우리에게 한의사는 필요 없고, 피부를 뚫고 들어가 부작용을 위험성이 있는 침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가짜 패치를 나눠주고 붙이라고 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한의사들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효과가 있다고 언론에 홍보하면 의학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과 정치인들까지 믿어버리니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연구의 본질은 엉터리 설계로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예산 낭비다. 연구비를 국민을 속이는 데에 사용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강석하 kang@i-sbm.org